씨 없는 수박

‘Seedless Watermelon’

수박이 쫘-악 쪼개지는 순간

내 입이 쫘-악 벌어졌다

 

씨 없는 수박이라더니

흰 씨가 총총

억지로 물러나기 억울했는지

끝까지 남은 몇몇 검은 씨의 무리가

빨간 거적을 뒤집어 쓴 채

석고대죄 중이다

밀려오는 배신감

 

학창시절 기억을 더듬어 보니

수박 꼭지에 콜히친을 발라두면

씨 없는 수박이 된다 했는데

대충 바르셨나

아니면 그 약도 짝퉁인가

 

수박에 붙은 스티커를 째려보았다

SEED ...... 씨

LESS ...... 더 적은, 양 또는 수에 있어서 보다 적은

‘SEED가 LESS하다?

SEED가 없는 게 아니라 원래보다 LESS하다는 거여, 시방?’

주인 잘못 만난 영어가 개고생이다

 

“저 집 신랑, 씨 없는 수박이라며?”

바르는 순간 입찬소리 딱 멈추는

말의 씨 말리는 약은 어디 없을까

어찌하여 없어야 할 곳엔 있고

있어야 할 곳에는 씨가 말랐는지

 

잘못된 번지 수 바꿔주고 싶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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